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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장애, 테크로 채우다] “200kg 견디는 모터로 인간 관절·근육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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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81회 작성일 23-09-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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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7. 26


[3화] KAIST ‘입는 로봇’ 연구원 김승환 씨
   6년 전 車사고로 하지 완전 마비
   결혼 앞두고 “꼭 다시 걷자” 다짐
   ‘혼자 입는 로봇’ 개발이 목표
   “우리 아빠 로봇 타” 들을 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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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대전 과학기술원(카이스트) 본원 웨어러블 로봇 연구실에서 만난 김승환 연구원이 하반신 장애인을 위한 로봇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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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야, 내 다리 한 짝 어디 있어?”

모터 소리로 웅웅대는 연구실. 김승환 씨(35)가 건너편에 앉아있던 박사과정 시경수 연구원을 불러 묻는다.

“이거요?”

경수가 선반에서 꽤 커다란 금속 물체를 꺼내온다. 언뜻 보면 씨름선수의 굵직한 종아리도 넉넉히 들어갈 보호대 같다. 승환이 자기 ‘다리 한 짝’을 들고 설명한다.

“꽤 크죠? 이게 제가 지난번에 입었던 로봇의 다리에요. 다 분해해서 어디로 가고 이거 하나 남은 걸 겨우 찾았어요.”

이곳은 대전 과학기술원(카이스트) 본원 기계공학동 3층에 있는 웨어러블 로봇 연구실, 일명 ‘엑소(exo)랩’이다. 걷지 못하는 사람을 걷게 해주는 로봇을 만드는 곳에 올해 1월 연구원으로 정식 합류했다. 여기에서 승환이 환한 얼굴로 ‘과거의 다리 한 짝’을 붙들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내년에 직접 입고 뚜벅뚜벅 걸을 ‘미래의 두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사이보그 올림픽’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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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과 함께한 승환.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이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한 보행로봇 ‘워크온수트4’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어른 키만 한 로봇 4대가 기자를 맞았다. 천장 레일에 주렁주렁 매달린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네 대 중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은 영화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워크온수트4’. 허리와 다리 전체를 튼튼한 몸체로 감쌌고, 관절 부위엔 큼직한 구동기(모터)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가슴팍에는 태극마크까지 붙어있었다.


“2020년 사이배슬론에 나가서 금메달을 딴 로봇이거든요.” 승환이 팔을 들어 로봇을 만지며 말했다.

‘사이보그 올림픽’으로 불리는 사이배슬론은 신체장애인들이 첨단 보조 장비를 이용해 누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 겨루는 국제대회다. 4년마다 수십 개 국가 참가팀들이 스위스에 모여 진검승부를 벌인다.

2020년 대회 당시 카이스트 연구팀이 참여한 ‘엔젤로보틱스’팀은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이 보행 로봇을 입고 겨루는 경주에 출전했다. 장애물을 피하고, 앉았다가 일어나고, 경사로와 계단을 걷는 등의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경기였다. 첫 출전인 2016년엔 동메달, 2020년엔 금메달을 따며 전 세계의 이목을 단번에 끌어모았다.

▶2020년 대회 결승전 영상 보기
https://youtu.be/mIbaOjXYxHs?t=140

승환은 내년 10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사이배슬론 2024에 출전해 자신이 직접 입을 새 로봇을 연구 중이다. 그는 배꼽 아래로는 움직이는 것은 물론, 아무 외부감각을 느낄 수 없는 ‘하지 완전마비’ 장애를 가졌다.

비장애인에게 ‘걷기’는 본능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행위지만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에겐 한 걸음을 떼는 것조차 어렵다. 이들이 걸을 수 있도록 로봇은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지난 두 번의 사이배슬론에 모두 출전했던 김병욱 선수가 2020년 대회 때 사용했던 로봇을 착용하고 걷기 시범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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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는 것은 하나의 동작이 아닌, 수많은 과정의 연속체다. 먼저 다리를 정렬하고, 몸을 45도 앞으로 기울인 뒤, 목발로 단단히 땅을 짚으면서 일어서 균형을 잡아야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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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앞뒤로 조금만 움직여도 중심을 잃기 일쑤다. 목발을 바닥에서 떼고 두 다리로만 버티는 것에도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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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은 더욱 복잡하다. 다리를 얼마나 들어올려야 하는지, 무릎을 언제 굽혀야 하는지, 발이 바닥에서 언제 떨어지고 닿는지, 그 무엇도 본능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로봇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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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한쪽에선 벽면 거치대에 매단 로봇 다리가 기계음을 내며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때마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푸른색과 붉은색 그래프가 물결 모양을 그렸다. 파란 선은 ‘이렇게 움직여라’라고 미리 입력해둔 가동 계획이고, 빨간 선은 실제로 다리가 움직인 궤적을 기록한다. ‘랩장’을 맡고 있는 박사과정 김형준 연구원은 “빨간 선이 파란 선에서 많이 멀어지지 않아야 목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비어있는 로봇이 혼자 움직이게 하는 건 비교적 쉽다. 하지만 몸무게가 수십kg인 사람이 착용한 상태에서 수시로 바뀌는 무게중심을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것은 복잡하다.

이때 휠체어 발판에 놓인 승환의 다리가 갑자기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익숙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비 환자들에게 자주 오는 일반적인 증상이에요. 로봇에 탔을 때 이렇게 예고 없이 다리가 떨려도 저 ‘빨간 선’이 함께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잡아줘야 제대로 걸을 수 있어요.”

관절에 달린 모터는 200kg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만에 하나 오작동한다면 관절과 근육을 다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모든 동작은 극도로 정교하게 계산해야 한다. 그냥 로봇이 아닌, 사람이 입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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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절’과 ‘근육’의 기능을 특수 설계하기 위해 자재를 직접 공수한다. 견본도 종이를 오리고 점토를 붙여 만든다. 승환의 표현에 따르면 “전선과 볼트, 너트 빼고는 ‘톱니 하나까지’ 전부 직접 설계하는” 수준이다. 연구실 구석엔 착용부를 만들 때 쓰는 재봉틀까지 있다.

 

걷겠다는 갈망, 두 번의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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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승환은 공학이나 연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회사원으로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1년에 자가용 주행거리가 6만
km를 훌쩍 넘겼다. 그 시절 집은 ‘잠자는 곳’이자 ‘씻고 옷 갈아입는 곳’에 불과했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다. 그해 스물아홉 살이었다.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승환은 하반신을 내려다봤다. 멀쩡해 보였지만 감각이 없고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그는 마취가 안 풀렸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상처 봉합수술을 받던 때와 똑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마취는 영영 풀리지 않았다. 척수 완전 손상이었다.

2년 넘는 재활 기간 내내 좌절과 희망이 번갈아 승환을 찾아왔다. 그때마다 그의 중심을 굳건하게 잡아준 것은 여자친구였다. 자꾸만 입원실로 찾아오는 여자친구에게 몇 번씩이나 헤어지자는 말을 건넸지만, 여자친구는 못 들은 척을 했다. 주말에는 승환의 어머니와 간병을 교대했다. 다치기 전엔 한 번도 뵙지 못한 여자친구의 어머니도 병실로 찾아와 첫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결국은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불호령’을 내렸다. 수화기 너머로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어떤 방식이든 좋으니, 식장에는 걸어서 들어와라.”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만 해도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승환의 몸 상태를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기에 했던 말이다. 하지만 ‘예비 장인’의 말에 승환은 가슴이 뛰었다. “어떻게든 걷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수화기에 대고 되물었다.

승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로봇’이었다. 보행 로봇을 타볼 방법, 도와줄 사람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맸다. 얼마 뒤 ‘2020년 사이배슬론 참가자 모집 공고’를 발견하고선 단숨에 지원했다. 여러 관문을 통과해 최종 후보 7인에 선정됐다. 예비용 로봇도 맞췄다. 난생처음으로 ‘김승환’ 석 자를 써 붙인 로봇을 타고 걸음을 내디뎠다. 고지가 코앞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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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사이배슬론 2020’ 대회를 준비하던 당시 예비용 로봇을 입고 걸음을 내딛는 승환
이튿날이었다. 갑자기 손발이 차가워지고 고열이 몰려왔다. 처음 간 병원은 ‘독감’을 의심하며 약을 처방해줬지만,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료진은 ‘욕창’에 패혈증까지 진행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몸에 뾰루지 같은 것이 난 걸 하나 보긴 했다. 그런데 패혈증이라니… 중환자실로 실려 가면서도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근육까지 전부 녹인 거대한 피고름집을 긁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 자리에 남은 건 텅 빈, 주먹보다도 큰 구멍이었다.


대회 출전을 포기해야만 했다. ‘김승환’ 이름표가 붙었던 로봇은 낱낱이 분해돼 최종 출전자용 로봇 두 대의 예비부품으로 사용됐다. 현재 남은 것은 연구실 구석에서 겨우 찾아낸, 연구원인 경수가 승환에게 갖다준 다리 한 짝뿐이다.

퇴원에는 거의 반년이 걸렸다. 회사에 복직했고, 결혼을 했다. 아이도 생겼다. 삶은 꽤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커다란 공허함과 허망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 마침내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카이스트 웨어러블 로봇 연구실이 낸 ‘장애인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당시에도 재활을 위해 병원을 다니며 보행로봇 훈련을 놓지 않고 있던 그는 곧바로 지원했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역시나 고비가 찾아왔다. 재활 치료 과정에서 꼬리뼈 쪽에 손바닥만 한 물집이 생겨버린 것. 물집이 터져서 옷이 젖은 걸 알아차린 순간, 아찔함이 몰려왔다. 치료에 전념한 결과, 다행히 상처는 점차 회복됐다.

다니던 회사에 망설이며 새 도전도 알렸다. “합격하면 여기를 그만둬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표는 “가야지! 지금 안 하면 언제 할래?”라며 단박에 ‘오케이’ 사인을 날렸다.

마침내 카이스트 채용이 확정됐다. 회사 일을 마무리하고 사흘 만에 대전으로 향했다. 오전 9시, 첫 출근의 설렘과 두려움이 섞인 마음으로 들어선 연구실은… 텅 비어있었다. 한 남자만이 긴 앞머리를 머리띠로 밀어 넘긴 채 피곤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밤을 지새우다 여태 못 들어간 경수였다. 엑소랩에서의 생활이 그렇게 시작됐다.
 

‘무에서 유’를 넘어, ‘유에서 완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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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6일 연구원들 앞에서 자신의 장애와 신체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승환. (사진제공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엑소랩)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걷게 하는 로봇을 연구하는 이곳에서 승환은 자신의 몸을 온전히 내놨다. 스무 명 가까운 연구원들 앞에서 그는 자신의 장애 정도부터 생리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까지 낱낱이 브리핑했다.

키가 180cm인 승환은 어깨끈을 매고 천장 레일에 매달리기도 했다. 근육이 빠져 가늘어진 장딴지와 허벅지를 연구원들이 직접 만져보게 하기 위해서다. 비장애인이라면 옷이 잘 맞지 않으면 불편함을 바로 알아채지만 하지마비 장애인은 다르다. 몸에 딱 맞게 착용하지 않으면 로봇 안에서 몸이 흔들려 균형을 잃거나 본체와 마찰하면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3D스캐너로 신체 치수를 재는 것만으론 마비된 몸에 맞는 로봇을 설계할 수 없다.

사실 기존 연구원들은 승환과 거의 접점이 없었다. 대부분이 20대 비장애인이었고, 평생을 학교 안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지내왔다. 연구실을 이끄는 공경철 교수가 연구원들에게 “장애인을 채용하겠다”며 의견을 물었을 때, 적잖은 이들이 이메일로 부담을 표했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제대로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장애인 동료까지 잘 챙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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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철 교수(가운데)와 승환을 비롯한 엑소랩 연구원들
걱정과 달리, 이제는 많은 것들이 물 흐르듯 이뤄진다. 함께 일한 지 2, 3달 만에 연구원들과 승환은 스스럼없이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점심을 먹으러 우르르 구내식당으로 가는 길, 휠체어에 탄 승환이 앞서가자 한 연구원이 성큼성큼 다가가 휠체어를 대신 밀면서 말했다. “자율주행~!” 휠체어가 알아서 식당으로 갈 테니 몸을 맡기라는 농담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갈 때에도 굳이 누군가 뒤에서 뛰어나와 ‘승환을 위해’ 문을 대신 밀어주지 않는다. 그저 앞에 있던 승환이 문을 열자 다른 연구원들이 뒤따라 나왔다.

승환이 합류하면서 연구의 속도와 효율성도 껑충 뛰었다. 상상 속 몸이 아닌, 실제 장애가 있는 몸에 테스트하고 의견을 나누며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게 되면서다. 승환이 엑소랩의 ‘경쟁력’이 된 셈이다. 밤샘을 밥 먹듯 하는 다른 연구원들과 달리, 승환은 아직까진 가능한 6, 7시 퇴근 원칙을 지키고 있다. “여기에서는 제 몸이 자산이자 자원이니까,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도 제 중요한 역할이에요” 그는 덧붙였다.
 

다시 걸어보니 ‘걷는 로봇’ 포기 못 해

내년 사이배슬론 경기 난이도는 4년 만에 훌쩍 높아진다. 아직 보행로봇의 ‘필수품’인 목발 없이 박스를 든 채 걸어야 하고, 징검다리를 건너고, 높은 부엌 찬장에 있는 물건도 꺼내야 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겨루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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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사이배슬론에서 동메달, 2020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김병욱 씨. 다음 배턴을 넘겨받을 승환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2016년 첫 도전을 앞두고 연구팀과 출전자들은 사실상 미완의 로봇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무수한 시행착오와 합숙까지 불사한 결과, 경력과 자본으로 무장한 해외 팀들을 상대로 두 번 연속 기적을 일궜다.

그때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면, 지금은 ‘유’를 ‘완성’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박사과정 박정수 연구원은 “이제 다음 목표는 장애인이 도움 없이 스스로 착용할 수 있는 로봇”이라고 했다.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거예요. 지금은 완전히 ‘일대일 맞춤’이라 대당 1억 원이 넘거든요. 입는 것도 두세 명이 도와야 간신히 3분 걸리고요. 이젠 본체는 공유하고, 몸에 밀착되는 ‘착용부’만 3D프린터로 정교하게 맞추는 방법을 연구하는 거예요.”

가격이 내려가고 입기도 간편해지니까 누구나 로봇을 입을 수 있는 단계로 한 걸음 더 앞서간다는 것. 정수는 “대회에서는 금메달이라는 최대 성과를 거둬봤잖아요”라며 “이번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걸 만들어서 더 큰 ‘임팩트’를 주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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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로봇만 입으면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을 즐길 정도의 상용화가 단숨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상용화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사회 인프라와 법률, 문화까지 복잡하게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이동성이 좋은 휠체어를 넘어서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승환이 보행 로봇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는 다시 걸어봤기 때문이다. 로봇을 처음 탄 순간 ‘걸었던 삶’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가족과 산책하고,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맛집에도 문턱 걱정 없이 드나들던 예전의 일상이 눈에 선했다. 승환은 “어떻게든 서서 걸을 수 있다는 걸 느껴보니, 더 포기할 수가 없어졌다”고 그는 말했다.

하반신 장애인에게 걸음은 그 자체로 도전이자 스포츠다. 휠체어가 몸의 일부라면, 로봇은 극한에 도전하려 서킷을 달리는 스포츠카다. 승환이 덧붙였다. “자동차도 100년 전에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였잖아요. ‘걷는 로봇’이 지금은 스포츠카처럼 소수를 위한 고도의 기술이지만 10년 뒤에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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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까지 남은 일정을 설명하는 승환의 휠체어 등받이에 노란색 호랑이 모양 뜨개 인형이 달랑거렸다.


“아들이 호랑이띠거든요. 태명이 ‘빅토리(승리)’ 할 때 토리였어요.”

얼마 전 돌을 앞두고 가족사진을 찍을 때, 토리는 카이스트의 마스코트인 ‘넙죽이’ 인형을 작은 손으로 꼭 붙잡았다. 마치 이곳이 아빠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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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환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아들이 언젠가 “아빠는 왜 못 걸어?”라고 물어 올 때 “아빠는 다쳤지만 로봇을 만들어서 이렇게 걷잖아”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들이 친구들에게 “너희, 로봇 타봤어? 우리 아빠는 탄다!”라고 자랑하는 얼굴도 상상하곤 한다.


6년 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굳어졌을 때 승환을 일으켜 세운 건 가족이었다. 이제는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일어서고 싶다는 무수한 꿈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재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로봇을 처음으로 타 봤을 때, 연구실에 들어온 지금, 승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승환은 호랑이 인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한테는 로봇을 타다가 다쳐도 그 자체가 과정이에요. 설령 제 다리가 부러져도 로봇만 탈 수 있다면 괜찮아요. 아팠던 적, 절망했던 적은 많지만 걷겠단 생각을 포기한 적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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